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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추억 > > > 양정승 (광주보건대학 치위생과 교수·방송국장·치의학박사) > > 일상이 번거로워질 때면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잠시 낭만에 젖곤 한다. 모든 것이 구속처럼 느껴지던 어느 해 여름, 삶의 버거움 속에서 잃어버린 존재를 찾고 싶었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하여 길을 나서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그러할까.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었다. > 험한 풍토 속에서 끊임없이 온화한 지중해를 동경해 온, 자신을 에워싼 것에 대해 친화감을 갖지 못하였기에 끝없이 무한한 것에 대한 강렬한 희구를 가졌던 독일을 보고 싶었다. 거기에서라면 어쩌면 내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려운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섰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알프스 산맥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 자유를 맘껏 누리고 있는 흰구름을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는 동안 네카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고풍스럽게 자리한 성을 둘러보며 많은 상념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13세기 초에 축성된 하이델베르크성은 숱한 역사 속에서 여러 번 모습을 바꾸었지만, 그 돌 벽에 아로새겨진 상혼들은 그토록 찾고자 하는 나의 무게를 비웃는 것 같았다. 애써 삶의 무게가 갖는 주관적 크기의 동일함을 되내이며 자위하였다. 선 채로 돌이 되어버릴까봐, 돌 벽에 꽂혀버린 나의 시선을 힘겹게 거둬들였다. > 광장 곁에 있는 맥주집 <붉은 황소>가 있는 곳을 내려다 보면서는 한 때 젊음을 다해 사랑을 불태웠던 '황태자의 첫사랑'을 떠올리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더욱더 절절할 수밖에 없었던 여인의 심정이 되어보았다. 카를 하인리히 황태자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이 눈앞에 잡힐 듯 그려지는 것 같았다. 사랑을 통하여 우리에게 올바른 삶의 모습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던 황태자의 첫사랑, 그런 사랑을 몽상이라고 비웃는 세상을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다. > 아테네 여신상이 놓여있는 카를 테오도어 다리 건너 '철학자의 길'을 바라다 보면서는 사색에 잠긴 채 그 길을 걸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괴테와 그의 작품 속의 주인공 베르테르가 되어보기도 했다.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다. 사람에게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던 괴테는 왜 그리도 슬픈 사랑만을 노래했을까. 사랑의 빛깔을 괴테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인가. 롯데를 향한 베르테르의 사랑과 절망, 고뇌와 죽음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너무 깊이 빠져들어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 항상 자신에게 엄격해야 했던 현실이 숨막힐 것 같아 잠시 일탈을 꿈꾸며 달려 왔던 이곳에서조차 또 다시 틀에 얽매이는 것이 싫어 반란을 꿈꾸어 보기로 했다. 독일이 자동차 왕국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두 집에 한 대 꼴로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긴다는 소리를 듣고 그 즐거움에 동참해 보기로 했다. 머나먼 타국 땅, 이 곳 하이델베르크에까지 와서 고작 추구하는 일탈이 자전거 타기라는 생각에 이제껏 걸어 온 시간에 회한이 어우러졌다. > 맑은 물이 흐르는 네카강변을 따라 펼쳐져 있는 잔디밭 옆으로 뻗어있는 길을 따라 페달을 밟고 한참을 달리다 보니 성 위에서 가슴을 짓누르던 온갖 무거운 상념들이 깨끗이 걷혀지고 오직 싱그러운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그 자체에 빠져있는 자신만이 존재했다. 나를 찾는 작업은 내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구나 하는 짧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순간만을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네카강이 일러주는 것 같았다. > 가끔 삶이 버거워질 때는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주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던 자신과 또한 거기에 익숙해져왔던 자신의 견고한 껍질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가벼움을 느꼈던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자전거 타기를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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