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7-14 22:48
합천군 치아건강 OECD 선진국권으로 발돋움
 글쓴이 : dentalnews (123.♡.11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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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 치아건강 OECD 선진국권으로 발돋움

김진범(부산치대 예방치과학교실)

  우리나라는 구강보건법의 규정에 의하여 3년마다 구강건강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2000년에 이어서 2003년에도 보건복지부가 한국구강보건의료연구원에 조사연구를 의뢰하였으며, 이 의뢰에 따라 대한구강보건학회가 중심이 되어 전국적으로 우식증을 비롯한 구강건강 전반에 걸쳐 조사를 진행하였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알려진 바로는 12세 아동의 평균 우식경험 영구치수가 여전히 3개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우식경험도는 연령별로 크게 달라서 지역사회 또는 나라 간에 비교할 경우, 특정 연령끼리 비교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우식경험도를 비교할 경우, 아동들의 우식경험도는 12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2세 아동의 평균 우식경험영구치수는 국민구강보건연구소가 1991년 조사한 결과, 3.03개로서 3개에 이른 후에 2000년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줄어들지 못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아직까지 우식증이 국가사업으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구강보건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구강보건과가 1997년 12월에 설립되었고, 2010년까지 달성하여야 할 구강보건정책목표가 설립되었지만,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의지 부족과 구강건강의 가치를 경시하는 일부 정치가와 행정관료, 사이비 지식인들이 구강보건정책사업 추진에 끊임없이 방해를 한 데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고 검토된다.
 그러나, 치과의사가 아님에도 구강건강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흔들림 없이 구강보건사업을 추진하여 성공한 곳이 여러 곳이 있으며, 그 중 한 군데가 경남 합천군이다. 합천군 구강보건사업은 본인과 긴 인연으로 시발이 되고 추진되었다. 대한민국 건장한 청년 남자는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완수해야 하며, 치과대학 졸업자는 대개 ‘치무관’으로서 장교의 신분으로 복무하였지만, 1979년에는 공중보건치과의사라는 신분으로 보건소에서 3년간 복무하는 제도가 생겼다. 본인은 1979년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입대하였으며, 공중보건치과의사로 차출되었고, 첫 임지가 경남 합천군보건소이었다. 그 당시 합천군은 인구가 10만명 정도나 되었으나 치과의원이 1개소도 없는 구강보건 취약지이었다. 사정이 그러하다보니 밀려드는 환자로서 구강보건사업은 생각할 틈이 없었고, 그저 당장 아픈 치아를 뽑아달라는 주민들을 달래어서 “빼지 말고 한번만 치료받아 보입시다. 그래도 아프면 그 때 가서 빼도 늦지 않습니다.”하며 급한 치통을 가라앉히기에 급급하였다. 치과의사를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통증만 가라앉혀 주면 ‘서울서 온 용한 선상님’이 되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본인과 보건소와 주민들 간에 믿음이 쌓였고, 본인이 공중보건치과의사 복무 후에 국립보건원 훈련부에 근무하고 이어서 대학에 일하게 됨으로써 서로가 협조할 수 있는 관계가 구축되었다.
  1980년대 보건복지부의 구강보건사업으로 합천군에서 실시된 것은 ‘불소용액양치사업’이었으며, 1986년에는 공중보건치과의사가 보건지소에도 배치되고 공중보건치과의사의 진료보조를 위하여 구강위생사(치과위생사)가 배치됨으로써 구강보건사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 공중보건치과의사 수가 감소됨으로써 일부 구강위생사의 인력이 여유가 있게 되었으며, 구강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진료보조업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구강보건사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1996년 당시 합천군보건소장은 우식증예방을 위하여 ‘치면열구전색(치아홈메우기)’사업을 정책사업으로 결정하고 구강위생사들을 독려하여 군내 초등학교 1학년 아동들을 대상으로 시작하였으며,  1999년에는 합천읍정수장에서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불소농도가 조정된 수돗물을 합천읍 주민들에게 공급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보건소 구강보건팀으로부터 치면열구전색을 받은 아동들은 2003년에 이미 중학교 2학년 즉 만 13세까지 성장하였다. 2003년 합천군보건소는 본인에게 이러한 구강보건사업의 성과를 평가하여 주기를 의뢰하였으며, 본인은 자문해 준 책임으로 1개월 반 동안 합천군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33개교 전부를 방문하여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강검사를 실시하였다.
  구강검사 결과는 놀랄만하였다. 12세 아동이 가지고 있는 우식경험영구치 수는 평균 1.8개로서 서유럽과 미국 등의 OECD 선진국 아동들의 수준에 도달하였다. 12세에서 열구전색을 한 치아를 가지고 아동은 96.9%에 이르렀고,  1인당 열구전색치아 수는 6.9개에 이르렀다. 근래에 영국 아동들의 열구전색치아 보유자율이 50% 정도인 것과 비교하여 볼 때 합천군 구강보건사업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구강보건정책사업으로서 치면열구전색사업을 전국적으로 권장하며 사업 비용을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합천군은 보건복지부의 권유가 있기 전에 관할 지역 아동들에 필요한 구강보건사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보건소 자체의 기획으로써 1996년부터 치면열구전색사업을 추진하였고, 이어서 보건복지부의 권유에 호응하여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을 개발함으로써 기초자치단체의 보건소에서 할 수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제시해 주었다.
 합천군보건소가 자체적으로 필요한 구강보건사업을 개발하여 OECD 선진국의 수준에까지 오르게 된 데에는 구강보건전문가의 적절한 방향제시와 그러한 자문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지도자와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명감 하나로 일 해 준 구강보건팀의 노고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평가되며 다른 자치단체의 귀감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