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7-14 22:28
[취미] 카메라
 글쓴이 : dentalnews (123.♡.11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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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속으로] 중년 의사 셋 카메라로 '세상해부' 

중년 의사 세 사람이 메스 대신 틈틈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전시회를 마련하고 사진집도 발간했다.

치과의사 김민호(50) 이동호(41)씨와 정형외과 전문의 최호영(46)씨 등 3명은 오는 3일부터 9일까지 서면메디칼센터 아트홀에서 ‘길, 돌아보다’란 사진집 발간과 함께 같은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이들은 사진그룹 일우당(一隅堂)의 중심 멤버들로 지난 1년 동안 사진작가 김홍희씨에게 사사하면서 자신들의 ‘끼’를 한껏 발산했다.


그동안 김씨에게 사진을 공부하면서 그의 인터넷 니콘클럽 홈페이지(www.kimhonghee.com)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신들의 습작을 꾸준하게 올려 네티즌들의 괜찮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들이 사진을 접한 계기는 모두 다르지만 일상에 안주하던 자신들의 삶에 대한 진정성을 묻기 위해 매주 금요일 저녁 김씨의 스튜디오에 모여 지난 일주일 동안 작업한 사진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들은 사진작품을 통해 삶의 어떤 의미를 찾게 되었는지 오롯이 보여준다.


세 사람이 각각 10점씩 모두 30점의 컬러사진을 선보인다. 서해안 변산 태안반도, 청사포, 남항동 등지의 서정적인 모습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삶의 힘겨움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다.


“굳이 많은 취미생활 가운데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김민호씨는 “내 인생에 대한 회개와 반성”이라고 답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치과대학을 나와 병원을 운영하며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이런 현실이 정말 괜찮은 삶인지 사진으로 세상을 들여다 보며 반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그룹 일우당은 ‘한 모퉁이’라는 의미로 ‘한 모퉁이를 비추는 빛이 세계를 비춘다’는 조천일우(照天一隅)에서 따왔다. 카메라 렌즈로 세상과 일상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겠다는 이들의 의지이자 각오를 담은 것이다. [IMG-2] 김민호씨는 서해안의 변산이나 태안반도 여행 길에서 만난 풍경을 주로 찍었다. 그가 포착한 풍경은 분명한 이야기와 배경을 지니면서 그 길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동호씨는 중학생 때 아버지가 사준 브리태니커 사전의 부록으로 받은 사진집 ‘라이프’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그는 해운대 청사포 주변의 모습을 새벽이나 늦은 밤에 찾아가 셔터를 눌렀다. 안온하면서도 약간 쓸쓸한 분위기가 배어 있는 사진들이다. 그는 나날이 변해가는 청사포의 정취를 아쉬워하면서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최호영씨는 영도 남항동의 쇠락한 모습을 가득 담아냈다. 그의 눈에 비친 남항의 모습은 70, 80년대의 중심 어항과 선박수리소의 영광이 사라진 곳이다. 그렇지만 그는 “낡음은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떨어져 나간 표피와 더불어 깊어지는 것”이라며 담담한 시선을 주고 있다.


이들 중년의사는 “사진을 통해 가끔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되고 진정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에 조우하는 수많은 가짜 자아를 해체해 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면서 “우리가 맹신했던 것들이 자기 기만은 아닌지, 또 우리가 가슴속에 품었던 많은 것들이 진정한 것이었는지 하는 질문도 가끔 하게 된다”고 말했다. 051-668-8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