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6-29 09:23
2004년 IADR 참관기-2
 글쓴이 : dentalnews (123.♡.11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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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IADR 참관기

원광대학교 치과생체재료학교실 배 지명


2004년도 제 82회 IADR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Dental Research) 정규모임 및 학회발표가 하와이 호노룰루 Hawaii Convention Center에서 3월 10일에서 13일 사이에 열렸다.
제 1회 IADR이라 할 수 있는 첫 번째 meeting은 1922년 미국 뉴욕에서 열렸는데, 이 때는 “The Dento-Enamel Circulation"과 ”Permeability of Enamel"이라는 제목으로 단 두편의 논문만이 발표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점 발전하여 50주년 기념 Session이 열렸던 1972년 라스베가스 모임에서는 총 1000여개의 발표가 있었다. 이번에 열렸던 제 82회 모임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구연, Poster Discussion, 포스터 발표를 모두 포함하여 총 4101개의 발표가 있었다. 기초학 뿐만 아니라 임상의 모든 과가 포함되는 명실공이 국제학회로서는 최대 규모이다.
학회기간도 초기에는 수업일정을 피하여 토, 일요일에 열렸던 것이 현재에는 주로 수요일에 시작하여 주말까지로 확대되었고 별도의 Scientific meeting은 본 모임 하루나, 이틀전에 열린다.
IADR 한국 지부인 KADR은 1982년에 가입하여 현재 회원 등록수 180여명에 이르고 있다. 학회기간 동안 Korean night를 열어 한국측 참가들과 각국 대표들, 그리고 미국에서 활동 중이신 여러 교수님들을 초대하여 우의를 다지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원광대학교 치과생체재료학교실에서는 본인과 현재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부생 세 명(박진성, 김유진, 이언화)이 참가하였는데, 이들은 작년 여름 방학 때부터 치과생체재료학교실에 남아 실험을 하여 2003년 8월 29일 대한치과의사협회 주최를 대한치과의사협회회관에서 열렸던 제 5회 전국 치과대학 학생학술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던 학생들이다. 그 때 함께 실험했던 주제인 “Effects of Component and Shapes of Posts on Fracture Aspects”로 함께 포스터 발표를 하였다. 단지 실험을 하고 대회에 나가 상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제학회에 참여함으로써, 아직 학회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연구의 결실을 발표하는 학회의 맛을 알게 해주고 싶었고, 더 발전된 여러 연구들을 접하게 함으로써 장래 우리나라 연구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었다면 필자의 지나친 욕심일까...^^
우리 팀은 3월 7일날 새벽 익산에서 출발하여 노스웨스트 항공으로 일본 나리타 경로 현지에서 8시간 정도 머문 후 하와이에 다시 3월 7일 새벽에 도착하였다 (날짜 경계선을 지난 고로). 거의 24시간이 소요되었기에 모두들 너무 피곤한 상태라 그날은 좀 쉬고 저녁에 하와이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개최하는 축제를 보았다. 마치 여름에 일본열도 전체에서 열리는 마쯔리 (일본어로 축제)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것을 통해 일본인들이 하와이에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1900년대 초 사탕수수 농장으로 끌려온 이들은 이제 하와이 섬의 유명한 대부분의 큰 호텔들과 거대한 슈퍼마켓 체인점인 ABC 마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와이 어디를 가나 영어와 일본어 공동 표기는 기본이고 모든 상인들과 관광지 근무자들은 일본어는 기본이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몰라도 하와이에서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안방 드나들듯이 다닐 수 있단다. 그러니 완전 일본어로 된 일본의 축제를 와이키키 도로를 모두 막고 몇시간이나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십여년전 미국 LA에서 우리나라 현지 교민들이 시청에 돈을 내고 재미교포들의 편의를 위해 일부 도로에 한글 표기를 병행했었는데, 미국인들이 그 표지판을 박살을 냈던 뉴스가 생각난다. 똑같이 하와이에 간 이주민들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가게를 하거나 호텔의 매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큰 차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
둘째 날은 연대 치과생체재료공학교실의 오근택 교수님팀과 합류하여 밴을 렌트하여 아름다운 오아후섬을 일주하였다. 큰 밴의 기름 탱크를 가득 채우는데, 약 20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아 깜짝 놀랐다. 하나우마 베이 근처에서 찍은 산속의 마을 (사진) 모양이 마치 한반도 지도를 펼쳐놓은 듯하다. 하나우마 베이는 내가 이제까지 보았던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이었다.
3월 10일부터 정식 학회가 시작되었다. 그날 저녁 필자가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년반동안 공부했던 동경치대 치과이공학교실의 오다 교수님께서 우리 팀을 초대하셔서 예전에 와이키키 해변에서 가장 높았다던 건물의 스카이라운지에 있는“Top of Waikiki"라는 식당에서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 주셨다. 식당이 회전하면서 와이키키 해변의 모든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학생들은 동경치대 대학원생 및 스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진 오른쪽으로부터 세 번째가 오다 교수님, 두 번째가 필자)
3월 11일 점심때는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각자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하여 연자의 강연을 듣고 토의하는 Lunch and Learning Program에 참여했다. 우리 팀은 FRC에 관한 최신 정보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FRC에 대한 강연을 들었는데, 새로운 정보가 별로 없어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점심은 햄버거나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꽤 괜찮은 뷔페가 나와 개인당 지불한 30달러가 별로 아깝진 않았다.
3월 11일 저녁에는 학회장에서 가까운 알라모아나 호텔에서 BISCO 회사와 (주)LG의 후원으로 Korean night가 열렸다. IADR 한국지부 회장이신 연세대학교 구강생물학교실의 이승일 교수님과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사모님께서 아직도 변치 않는 고운 자태로 손님들을 맞으셨다. 약 250명이 들어가는 방이었는데, 각국에서 초대되어 오신 교수님들이나 겨우 자리에 앉으셨고 대부분은 자리가 없어 서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Korean night를 축하해주기 위해 IADR 회장이신 Robertson 교수님을 대신하여 IADR 부회장이신 Kuroda 교수님께서 참석하여 축하연설을 하셨다. 국외에서 활동 중이신 교수님 중 UCLA 치대의 박노희 학장님, 인디애나 대학의 박기철 교수님, 그리고 일리노이 대학의 소진문 교수님께서 참석하여 주셨고, IADR 일본 지부를 대표하여 동경치대의 Oda 교수님께서 오셔서 함께 시간을 나누셨다 (사진 오른쪽부터 박기철 교수님, 이승일 교수님, Oda 교수님). 그 외 각국을 대표하여 여러 교수님들께서 오셨고, 미국이나 일본의 대학원에서 유학중인 한국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여 서로 인사하고 정보를 나누는 등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3월 13일 10시 15분, 드디어 우리 팀의 포스터 발표시간, 질문은 학생들에게 받도록 했고, 학생들이 대답할 수 없는 것들만 내가 대신 해주었다 (사진 왼쪽부터 김유진 학생, 필자, 박진성 학생, 이언화 학생). 기가 막히게 정곡을 찌르는 질문들... 그러나 같은 연구를 하는 사람들간의 묘한 유대감이랄까? 서로 실험하며 어려웠던 점들을 나누기도 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사람들도 있고, 지식을 나누는 열린 장이었다. 그런데 내가 차기 실험을 위해 계획하고 있던 실험과 비슷한 내용을 이번에 발표하는 사람도 있고, 그 실험에 필요한 기계를 만들려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는데, 내 머릿속의 그 기계를 빼다 만든 듯 똑같은 기계를 만든 사람도 두 명이나 되었다. 한명은 이탈리아 인이고 한명은 독일인이었다. 역시 실험은 시간 싸움인가 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어떤 것을 이 지구 어디선가 같은 생각으로 달려가고 있는 사람이 꼭 있으니... 3월 12일과 13일까지 학회 전 일정 동안 필자가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의 발표가 많아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보았으나, 겹치는 것들이 많아 다 볼 수 없음이 무척 아쉬웠다.
하와이의 학회는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 반이면 끝난다. 오후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파도타기나 산책 등으로 보낼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 보여서 우리 팀도 파도타기에 도전했는데, 학생들은 바로 배우서 파도를 타는 반면, 필자는 땅에 발도 닿지 않는 곳에서 보드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다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할 뻔(?) 했다.
알찬 학회일정과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를 적당히 풀어낼 수 있었던 그리운 하와이에서의 일주일을 뒤로 하고 우리는 14일 오전 다시 일본 경유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발했다. 날짜 경계선을 넘어 한국에 도착하니 15일 밤. 다음 날 아침부터 출근할 생각에 벌써 힘이 든다. 다음부터 외국에 갈 때는 꼭 직항을 타리라. 그래도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살아래 마구 돌아다녀서인지 재충전되어 앞으로 더 뛰어나갈 수 있는 그런 힘이 내안에 생긴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