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8-15 21:41
[칼럼] 치과병·의원 과잉투자를 걱정한다
 글쓴이 : dentalnews (123.♡.111.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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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치과병·의원 과잉투자를 걱정한다 

              부산대 치대 김진범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유형의 재화만을 생산물로 보았으나, 근래에 와서는 무형의 용역도 재화로 인정하게 되었다. 용역(用役)은 '봉사'라고 하기도 하고, '서비스'라기도 한다. 학교 교사와 교수들의 강의, 공무원의 직무 수행, 미장원과 이발관의 머리 손질, 병·의원에서 진료도 여기에 포함된다.
 전통산업에서 생산에는 생산의 3요소, 즉 토지, 자본, 노동이 투입되어야 생산물이 나올 수 있었다. 용역은 비록 자신은 형체가 없으나 유형 무형의 생산요소가 투입되어야만 생산될 수 있다. 치과병·의원에서 진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시설이 있어야 하고, 약품과 재료가 필요하며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시설로는 건물과 진료장비가 주가 된다. 이러한 생산요소를 구비하는 데에는 자본, 즉 자금이 있어야 한다.
  여러 종류의 구강보건인력 중 치과의사는 관리인력으로서 치과병·의원을 설립하고 자금을 투입하여 경영을 책임진다. 경제학적 표현으로는 치과의사가 진료를 생산하면, 병원에 찾아 온 고객들이 진료를 구매한다. 그리하여 자금이 많이 투입되면 진료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치과병·의원의 운영에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건물 매입 또는 임차금(賃借金)과 시설장비 구입대금이다. 그 다음으로는 인건비이지만, 절감하기가 쉽지가 않다. 우리가 깊이 따져 보아야 할 것은 치과병·의원용 건물 매입 또는 임차금이다. 그런데, 치과의사들 대부분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금 동원 능력이 영세한 수가 많다. 따라서, 대부분 건물 일부분을 임차(賃借) 즉, 빌려서 치과병·의원을 설립하고 있다. 건물을 빌릴 때는 전세 또는 월세로 사용료를 내게 된다. 이러한 건물세는 겉으로는 치과병·의원의 경영주가 부담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진료를 받는 고객이 부담하게 된다. 결국 진료비로 전가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세금 또는 월세금이 너무 과다한 데에 있다. 아무리 건물세가 많을지라도 화폐로 표시되는 생산성이 아주 높을 경우에는 능히 감당하고 남을 수가 있다. 하지만, 구강보건진료는 사람마다 조금 다를지라도 어느 규격화되어 있다. 따라서, 기상천외의 새로운 진료는 있을 수가 없다. 구강보건진료는 학문적으로 이미 인정된 것만을 해야 하므로 독보적일 정도로 아주 창의적일 수가 없다. 여기에서 어려움이 발생된다. 도시 상업지역의 사업에서는 생산원가보다도 유통마진이 더 높은 수도 많다. 고급 백화점이나 소위 명품관(名品館)으로 불리는 고급상가에서는 생산원가 때문인지 유통마진 때문인지 는 알 수는 없어도 극소수 부유층만을 상대로 일반인들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비싼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이 상품들은 대체품이 전혀 없는 필수품이 아니라 대부분 사치품이어서 일반인들은 그러한 명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데에 별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구강보건진료는 구매하지 않고도 살아 갈 수 있는 사치품일 수도 없고 사치품이어서도 안 된다. 구강보건진료는 필수품이다. 상당수의 아주 기본적인 진료는 건강보험 급여 진료로서 정부가 고시를 해 놓았고 수가도 정해져 놓았다. 한 치과의사가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진료량은 큰 차이가 없다. 건강보험으로 급여가 되는 기본적인 진료만으로서도 치과의원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선배 치과의사들은 젊은 후배들이 처음 개원을 할 때 이렇게 충고하였다. "아말감충전으로서 치과의원 기본운영비가 될 수 있어야 하네." 그 만큼 기본진료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요즘 와서 건강보험수가가 낮기도 하지만, 건강보험진료만으로서는 도저히 치과병·의원을 경영할 수가 없다고 모두가 아우성이다.
 상실치아 보철, 치열교정 등 기본적인 진료이지만 아직 건강보험으로 급여가 되지 않는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건강보험으로 급여가 되지 않는 진료는 지역별 치과의사회가 권장진료비를 협정하여 안내를 해 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진료비 협정을 일종의 생산자 담합행위로 간주하여 금지시켰다. 그렇지만 지금도 지역별로 볼 때 같은 종류의 진료에는 치과의원별로  진료비 차이가 크게 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건물세가 너무도 높은 곳에 치과병·의원이 개원을 하면, 원가보전을 위한 탈출구는 정해져 있다. 과잉진료와 사치스러운 진료이다. 대도시에서는 치과병·의원용으로 실평수 100평 정도에 건물세가 전세로서 10억원을 호가하는 곳이 더러 있다는 말이 들린다. 이러한 건물에 치과병·의원을 설립하면 과잉진료와 사치 진료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치아에 과잉진료를 하게 되면 치아를 망치는 수가 많다. 우식증이 처음 진행될 때 와동이 형성되지 않고 탈회만 되어 있을지라도 구치부 교합면에서는 까만 착색이 점 또는 선 모양으로 나타나게 된다. 우식와동이 형성되기 전의 이 단계를 그대로 두면 계속 진행할 수도 있지만 정상으로 회복되거나 진행이 정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와동을 형성하여 충전을 하게 되면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우식증이 정지되지도 못한다. 현대의 충전진료 기술로서는 어떤 진료재료를 동원하더라도 언젠가는 이차우식증이 발생되게 되고 이것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종전보다 치질을 더 많이 삭제하여 와동을 더 크게 해야 한다. 이것이 충전진료의 한계이다.
 사치 진료 또한 문제이다. 미국의 어떤 치과대학장이 "미국 치과의사의 80%가 국민 중 20%만을 상대하고 있다."라고 개탄한 적이 있다. 사치 진료가 유행하게 국민 구강건강 향상에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대중과는 유리됨으로써 원성이 높아갈 것이다. 해결책은 단 하나이다. 건물세가 비싼 곳에 치과병·의원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는 명품관이 들어서야 할 자리이다. 명품관은 극소수 부유층만을 상대하지만 치과병·의원은 극소수 부유층만을 상대할 수는 없다. 과도한 진료원가를 줄여서 정상적인 진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건물세가 너무 비싼 곳은 명품관에 양보를 해야 한다.